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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본 〈주토피아〉 - "편견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일요일 오후, 아이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주토피아〉(2016, 디즈니)를 틀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아이를 위해 고른 거예요.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볍게 보면서 같이 웃으면 되겠지 싶었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편견이 뭐야?"주인공 토끼 주디가 기자회견에서 "포식자들은 본능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라는 실수를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아이가 그 장면을 보고 물었습니다. 편견이 뭔지, 주디가 왜 잘못한 건지. 잠깐 당황했습니다. 애니메이션 한 편 보고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요.아이 눈에 비친 주토피아아이에게 이 영화는 "작고 귀여운 토끼가 경찰이 되는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주디가 체력 테스트에서 쓰러지고 또 일어나는 장면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여우 닉이 ..

시네마 노트 2025. 11. 22. 11:48
〈작은 아씨들〉 - 조 마치는 왜 자기 이야기의 결말을 직접 썼을까

당신의 이야기는 누가 쓰고 있나요?좀 철학적인 질문처럼 들릴 수 있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게 나 자신인가, 아니면 주변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인가.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2019)을 보고 나서 이 질문을 계속 씹게 됐습니다.150년 된 소설이 2019년에 다시 나온 이유〈작은 아씨들〉의 원작은 루이자 메이 올콧이 1868년에 쓴 소설입니다. 마치 가의 네 자매 — 메그, 조, 베스, 에이미 — 의 성장기를 다룬 고전이죠. 수십 번 영화화됐고, 원작 자체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는 작품입니다.그런데 왜 2019년에 또 만들었을까요?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단순히 자매들의 성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시네마 노트 2025. 11. 15. 00:31
1995년, 내 삐삐가 울리던 시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떠올려준 것들

1995년. 삐삐가 울리면 동전을 움켜쥐고 공중전화를 찾아 뛰어가던 시절. PC통신 채팅방에서 "나이/성별/지역" 세 글자가 모든 대화의 시작이던 시절. 길거리 떡볶이를 500원에 사 먹었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뽑기를 하면 당첨이든 꽝이든 그게 하루의 가장 큰 이벤트였던 그 시절..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이종필 감독)을 보면서, 제가 기억하는 90년대의 고딩 시절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건 영화인데, 느껴지는 건 제 고등학교 시절의 따뜻함, 까르르 웃던 행복함들 이었어요.영화 속 1995년의 풍경이 영화는 대기업 삼진그룹에서 일하는 고졸 여직원 세 명의 이야기입니다.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 이 세 사람은 대졸 사원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시네마 노트 2025. 11. 14. 22:27
영화 〈담보〉 - 진짜 가족은 피가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가족이란 대체 뭘까요. 같은 성을 쓰는 사이? 명절에 모이는 사람들? 법적으로 등록된 관계?영화 〈담보〉(2020, 강대규 감독)를 보고 나서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족은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닙니다. 시간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관계입니다.빚 대신 아이를 받아온 두 남자두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사채업자입니다. 돈 받으러 갔더니 채무자가 현금 대신 9살짜리 딸 승이를 내밀어요. "돈 만들 때까지만 맡아주세요." 황당한 설정이죠. 사채업자 두 명이 어린아이를 맡게 되다니. 코미디 설정인 것 같으면서도, 이 영화는 거기서 예상치 못한 곳으로 향합니다.처음에 두식은 승이를 짐짝 취급합니다. 밥도 대충 사주고, 잠도 대충 재우고, 빨리 이 귀찮은 상황이 끝나기만을 ..

시네마 노트 2025. 11.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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