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레인》을 발견한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비가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된다는 소개는 눈에 들어왔지만, 북유럽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전개가 느릴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 2년 넘게 찜 목록에만 넣어두었습니다. 그러다 혼자 집을 지키던 비 오는 주말에 별다른 기대 없이 첫 회를 틀었습니다. 한 편만 보고 다른 일을 하려던 계획과 달리 시즌 1을 하루 만에 모두 보게 됐습니다.《레인》은 빗물에 섞인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인구 대부분이 사라진 뒤를 배경으로 합니다. 과학자의 자녀인 시모네와 라스무스는 재난이 시작된 날 지하 벙커로 피신하고, 그곳에서 6년을 보냅니다. 비를 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첫 회에서 일상이 무너지는 속도와 남겨진 남매의 공포를 ..
요즘 긴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리뷰 영상 몇 분만 먼저 확인하고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영화는 딱 1분을 넘기기도 전에 몰입감이 엄청났습니다. 넷플릭스 36개국 1위를 기록한 일본 영화 〈신칸센 대폭파〉, 그 짧은 편집본에서도 '멈추면 터진다'는 압박감이 화면 밖까지 전해졌습니다. 50년 전 원작이 스피드보다 먼저였다고?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열차가 일정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폭탄이 폭발한다'는 설정을 보고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Speed, 1994)〉의 아류작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이 이야기의 원작은 1975년에 제작된 일본 영화입니다. 즉 〈스피드〉가 오히려 이 ..
한국 공포영화 「살목지」는 실종 사건이 반복되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귀신이 사람을 직접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무엇인가에 홀려 스스로 검은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영화 소개 영상을 재생한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귀를 막았습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편이지만, 저수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궁금했습니다. 결국 눈을 가렸다가 손가락 사이로 화면을 확인하는 행동을 반복하며 영상을 끝까지 보았습니다.영상을 보면서 오래전 딸과 함께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관람했던 경험도 떠올랐습니다. 당시 딸이 함께 가자고 여러 번 부탁해 마지못해 극장에 갔지만, 영화가 시작된 뒤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느라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무서운 장면이 끝났다고 생각..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칩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 못해 뭉그러져서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 전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폐위된 어린 왕 단종이 마을 사람들이 차려준 밥상을 자꾸만 물리는 장면이, 제가 병동에서 봤던 환자분들의 얼굴과 겹쳐보였기 때문입니다.흰쌀밥 한 그릇이 말하지 못한 것들 — 밥상의 의미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정치극이라고 하면 칼부림과 모략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밥상 하나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계유정난(癸酉靖難)이란 1453년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정치적 쿠데타입니다. 쉽게 말해 조카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숙부가 일으킨 권력 찬탈 사건인데, 영화는 이 사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