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담보」의 주요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담보」는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거칠게 살아온 두 남자가 어린아이를 맡게 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에게 가족이 된다는 구조도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말을 예상하면서도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장면이 나올지 짐작하면서도 승이와 두석, 종배가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흔들렸습니다.특히 기억에 남은 장면은 두석이 다른 곳에 넘겨진 승이를 찾아가 데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 두석은 빚을 받기 위해 승이를 데려왔지만, 이때부터는 돈이 아니라 아이를 구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승이에게 두석은 무서운 사채업자에서 자신을 찾아온 유일한 어른으로 ..
※ 이 글에는 영화 「반도」의 주요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도」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액션의 규모는 커졌지만 그만큼 현실감은 멀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가 폐허가 된 도심을 질주하고 수많은 좀비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장면은 화려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한 대가 좀비 떼를 너무 쉽게 밀어내고 좁은 길을 곡예하듯 통과하는 모습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그럼에도 끝까지 기억에 남은 것은 민정 가족의 마지막 탈출이었습니다. 영화 전체가 속도와 액션을 앞세우는 동안 마지막에는 가족을 먼저 살리려는 민정의 선택과 그런 민정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어집니다. 액션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가족이 함께 탈출하려는 순간만큼은 감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배우 중에서는 구..
영화 「기생충」 공식 포스터 / 출처: [CJ ENM] 영화 「더 플랫폼」 포스터 / 출처: [Netflix] ※ 이 글에는 영화 「기생충」과 「더 플랫폼」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에는 계급의 위와 아래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 영화 두 편이 나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갈데르 가스텔루우루티아 감독의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입니다. 「기생충」이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반지하와 대저택을 통해 불평등을 보여준다면, 「더 플랫폼」은 음식이 위층부터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수직 감옥을 이용해 같은 문제를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두 작품 모두 재미있게 소비하고 끝낼 수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은 처음 봤을 때와 2019년 이후 다시 봤을 때의 느낌이 달라지는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형사들의 무능과 좌절이 먼저 보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건의 진범으로 이춘재가 특정되고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보니, 영화 곳곳에 있던 평범한 얼굴들이 전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형사를 그만둔 박두만이 과거 시신이 발견됐던 현장으로 돌아가 배수로를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곳을 다녀간 남자가 평범하게 생겼다는 아이의 말을 들은 뒤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범인을 끝내 잡지 못한 형사의 허탈한 눈빛처럼 보였지만, 진범이 특정된 뒤 다시 보니 그 시선이 화면 밖에 있던 실제 범인을 찾는 것처럼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