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칩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 못해 뭉그러져서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 전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폐위된 어린 왕 단종이 마을 사람들이 차려준 밥상을 자꾸만 물리는 장면이, 제가 병동에서 봤던 환자분들의 얼굴과 겹쳐보였기 때문입니다.흰쌀밥 한 그릇이 말하지 못한 것들 — 밥상의 의미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정치극이라고 하면 칼부림과 모략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밥상 하나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계유정난(癸酉靖難)이란 1453년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정치적 쿠데타입니다. 쉽게 말해 조카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숙부가 일으킨 권력 찬탈 사건인데, 영화는 이 사건의..
유해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 유쾌하고 털털한 인물이 생각나실 겁니다. 〈타짜〉에서의 꼬불꼬불한 매력, 〈럭키〉에서의 엉뚱한 유머, 〈1987〉에서의 의리 있는 택시 기사. 항상 인간적이고,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조연의 달인이죠.그런데 〈올빼미〉(2022, 안태진 감독)에서 만난 유해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웃음기가 전부 사라진, 긴장감으로 가득 찬 유해진. 이 영화 한 편으로 유해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눈을 감고 세상을 보는 남자유해진이 연기하는 경수는 시각장애인 침술사입니다. 낮에는 거의 볼 수 없고, 밤에만 약간의 시력이 돌아오는 야맹증을 가지고 있어요. 침술 실력이 좋아서 궁궐에까지 불려가 일하게 되는데, 어느 날 밤 궁궐에서 절대..
요약타짜를 처음 봤을 때는 스토리보다 사람 얼굴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누가 이겼는지보다 누가 어떤 눈빛을 하고 있었는지가 더 신경 쓰였고, 그 묘한 긴장감이 지금도 떠오를 만큼 강하게 박혀 있었습니다.타짜(2006) 리뷰 타짜가 남긴 건 기술보다 사람의 얼굴이었다극장에서 타짜를 처음 봤을 때, 그 세계가 너무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했습니다. 패가 바뀌는 순간보다 사람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숨을 고르는 그 짧은 틈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묘한 일이지만, 시간이 꽤 흐른 뒤에 다시 떠올려 보게 되는 건 늘 그 순간들이었습니다. 도박판이라는 공간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특별한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쩐지 현실에서 만날 법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들어가며영화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