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얼굴」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나는 연기를 잘하면서 개그 코드까지 잘 맞는 배우에게 자꾸 눈이 갑니다.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는 배우도 물론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웃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와 행동만으로 웃음을 만드는 배우가 좋습니다. 일부러 표정을 과장하지 않는데도 능청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배우를 보면, 웃음이 연기 기술을 넘어 몸에 밴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박정민 배우가 내게 그런 배우 중 한 명이었습니다. 툭툭 던지는 말과 살짝 귀찮아하는 표정만으로 상황을 웃기게 만드는 재주가 궁금해 그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넷플릭스에서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가볍고 재미있는 영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박정민 ..
※ 이 글에는 영화 「호프」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갈리는 영화를 본 것도 오랜만입니다. 누군가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압도적인 크리처 액션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긴 시간 동안 다음 편을 위한 이야기만 펼쳐놓았다고 했습니다. 같은 영화를 두고 나온 반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나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고, 실제로 보고 난 뒤에는 양쪽의 반응이 모두 이해됐습니다.분명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만하면 액션이 시작됐고, 궁금했던 사실을 알 것 같으면 또 다른 의문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액션만큼은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정도를 넘어 몸 안에서 아드레날린이 솟는 듯했습니다. 황정민과 조인성의..
조우진 배우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영화 《보스》를 바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에 오달수, 이성민, 황우슬혜, 고창석까지 출연진은 화려했지만, 유명 배우가 많이 나온 것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가 아쉽다는 반응도 보여서 잠시 망설였습니다.그럼에도 결국 영화를 본 이유는 조우진 배우였습니다. 저는 조우진 특유의 샤프한 인상과 낮고 선명한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큰 동작 없이도 장면의 분위기를 바꾸는 흡입력이 있고, 심각한 역할에서는 긴장감을 만들면서도 코미디에서는 끝까지 진지한 얼굴을 유지해 상황을 더 우습게 만듭니다.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무거운 평가부터 내리기보다는 편하게 웃으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재미있었다는 말이 영화의 모든 부분이 좋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역시 《부산행》이었습니다. 몸을 비틀며 달려드는 감염자와 좁은 공간에 갇힌 생존자들을 보는 순간, “정말 부산행의 좀비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행》을 인상 깊게 본 입장에서는 연상호 감독이 다시 좀비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그런데 본편의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 보니 《군체》는 단순히 배경만 바꾼 《부산행》이 아니었습니다. 《부산행》의 좀비가 감염 본능에 따라 달려드는 존재였다면, 《군체》의 감염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패를 학습하며 계속 진화합니다.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이 두 발로 걷고, 문을 여는 방법을 익히며, 인간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이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