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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토익반 구호, 고졸 여직원 차별, 세 배우, 1995년 추억)

무비 러버 2025. 11. 14. 22:27

목차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공식 포스터 /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글에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주요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1995년의 풍경이었습니다. 삐삐가 울리면 공중전화를 찾아 연락하고,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대신 PC통신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사무실과 거리, 인물들의 옷차림을 보고 있으니 제가 직접 지나온 시간이 화면 안에 다시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반가움만 남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회사는 실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여성이고 고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남성 직원과 대졸 직원들은 중요한 업무를 맡지만, 입사 8년 차인 여성 직원들은 커피를 타고 서류를 정리하며 잔심부름을 합니다. 그 차별이 너무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답답했고 화가 났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토익반에서 직원들이 “I can do it, You can do it, We can do it”을 외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한 단순한 영어 문장처럼 들리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혼자 할 수 있다는 다짐에서 서로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말로, 마지막에는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선언으로 확장됩니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배우도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성격과 능력이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지만 어느 한 사람만 앞서 가지 않습니다. 자영의 행동력, 유나의 거침없는 말, 보람의 계산 능력이 합쳐져야 회사가 감추려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저는 세 배우 중 한 명을 고르기보다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만들어지는 힘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종필 감독이 연출하고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배경은 세계화라는 말이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던 1995년입니다. 입사 8년 차 고졸 출신 여성 직원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은 토익 600점을 넘으면 대리 승진 자격을 주겠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사내 영어토익반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자영이 회사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세 사람은 회사가 숨긴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토익반 구호가 달라진 순간

     

    삼진그룹은 고졸 출신 여성 직원들에게 토익 600점을 넘으면 대리 승진 자격을 주겠다고 발표합니다. 직원들은 대리가 되면 커피를 타거나 서류를 정리하는 보조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이 잘하는 일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습니다.

    자영과 유나, 보람도 퇴근 후 사내 영어토익반에서 공부합니다. 회사가 갑자기 이들의 실무 능력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영어 점수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지만, 세 사람에게는 처음으로 주어진 승진 기회입니다. 이미 8년 동안 회사에서 일했어도 다시 시험 점수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은 씁쓸했습니다.

    영어 수업에서 등장하는 “I can do it, You can do it, We can do it”이라는 말은 문법적으로 어려운 표현이 아닙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토익반에서 따라 하는 평범한 구호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 문장은 세 사람이 움직이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줍니다.

    자영은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한 뒤 자신이 본 사실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유나와 보람에게 이야기합니다. 유나는 회사가 내놓는 설명을 의심하고, 보람은 숫자와 자료를 살펴보며 감춰진 부분을 찾아냅니다.

    세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감이 넘치는 영웅들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해고될 수 있고, 어렵게 얻은 승진 기회도 잃을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알아낸 사실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한 사람이 멈추려고 할 때 나머지 사람들이 다시 끌어줍니다.

    그래서 저는 토익반 구호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I can do it”은 혼자 버텨온 직원들의 마음처럼 들리고, “You can do it”은 친구가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We can do it”에 이르면 세 사람뿐 아니라 회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직원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뜻으로 넓어집니다.

    이종필 감독은 한국영상자료원 인터뷰에서 이 문장이 개인의 다짐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말로, 다시 공동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 속 구호를 단순한 영어 문장으로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졸 여직원 차별의 벽

     

    자영, 유나, 보람은 회사에서 오래 근무했고 각자의 실무 능력도 뛰어납니다. 생산관리 업무를 맡은 자영은 현장의 흐름과 서류를 빠르게 파악하고, 마케팅부의 유나는 상황의 허점을 발견하는 감각이 있습니다. 회계부에서 일하는 보람은 복잡한 숫자와 자료를 정확하게 계산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이들에게 맡기는 일은 능력과 거리가 멉니다. 여성 직원들은 출근한 남성 직원들을 위해 커피를 타고 책상을 정리합니다. 중요한 회의에서는 배제되고, 문제를 발견해 의견을 내도 직급과 학력을 이유로 무시당합니다. 실무를 잘하는 것보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남성인지 여성인지가 더 중요한 기준처럼 작동합니다.

    저는 이러한 회사 분위기가 답답했고 화가 났습니다. 세 사람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아니라 8년 동안 일한 사람들입니다. 회사의 업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일을 맡을 기회는 얻지 못합니다. 대졸 남성 직원의 실수를 수습하면서도 성과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1995년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차별이 너무 자연스럽게 반복됩니다. 상사들은 차별적인 말을 하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여성 직원에게 커피를 요구하고 고졸 직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이 조직의 관행처럼 굳어 있습니다.

     

    자영이 폐수 유출을 보고한 뒤의 반응에서도 같은 구조가 나타납니다. 회사는 문제를 발견한 직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사건을 빨리 정리하려 합니다. 자영이 본 광경보다 회사가 작성한 서류와 윗사람의 설명이 더 큰 힘을 가집니다. 낮은 직급의 직원이 진실을 말해도 회사가 인정하지 않으면 없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세 주인공이 회사의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후반부는 현실보다 만화적이고 낙관적으로 그려집니다. 실제 조직에서 말단 직원들이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 경영진의 계획을 뒤집는 일은 훨씬 어렵고 위험할 것입니다. 영화도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세 여성의 유쾌한 승리에 무게를 둡니다.

    이종필 감독은 처음 받은 시나리오가 사회고발물에 가까웠지만 세 인물의 성실한 태도를 살려 쾌활한 방향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결말이 현실보다 낙관적인 것은 의도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선택 덕분에 영화는 무거운 문제를 다루면서도 끝까지 활력을 잃지 않습니다.

    하지만 밝은 분위기가 차별의 무게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습니다. 세 사람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야만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는 회사라면, 평범한 직원들은 계속 침묵해야 하는지 질문이 남습니다. 문제를 해결한 개인의 용기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사람을 성별과 학력으로 구분했던 조직의 책임도 함께 봐야 합니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의 팀워크

     

    고아성이 연기한 이자영은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자영이 처음부터 회사를 무너뜨리려는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목격한 폐수 유출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실을 확인하려 합니다.

    고아성은 자영을 거창한 정의의 사도로 만들지 않습니다. 회사 생활에 익숙한 직원의 빠른 움직임과 낮은 직급에서 생긴 조심스러움을 함께 보여줍니다. 상사 앞에서는 쉽게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확인한 뒤에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솜이 연기한 정유나는 세 사람 중 가장 솔직하고 거침없습니다. 유나는 회사의 모순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을 쉽게 삼키지 않습니다. 자영이 행동을 시작한다면 유나는 그 행동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습니다.

    이솜은 유나의 강한 말투를 단순히 공격적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핵심을 찌르는 말을 던지면서도 친구가 위험해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세 사람이 지나치게 진지해질 때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도 합니다.

    박혜수가 연기한 심보람은 조용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물입니다. 수학에 뛰어난 보람은 회계 자료와 숫자를 분석해 회사가 감추려는 흐름을 찾아냅니다. 말수가 적고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야 할 순간에는 정확하게 움직입니다.

    세 인물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웁니다. 자영에게 행동력만 있고 자료를 분석할 사람이 없다면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보람이 숫자의 이상을 발견해도 밖으로 움직일 사람이 없다면 자료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유나는 두 사람의 생각을 연결하고 회사가 내세우는 논리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한 배우만 고르기 어려웠습니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배우가 모두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자 맡은 역할의 색깔이 분명하면서도 세 사람이 함께 등장할 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세 사람의 관계가 좋았던 이유는 서로를 경쟁자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승진 기회가 제한된 회사라면 직원끼리 경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서로의 능력을 인정합니다. 누군가 잘하는 일을 빼앗지 않고 그 사람이 앞에 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힘은 뛰어난 한 명의 영웅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평소 회사가 하찮게 여기던 능력들이 모이면서 사건의 흐름을 바꿉니다. 세 배우의 팀워크는 “We can do it”이라는 구호를 가장 설득력 있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삐삐와 PC통신의 1995년

     

    저에게 1995년은 영화 속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삐삐로 연락을 받고 공중전화를 찾아가던 기억이 있고, PC통신을 이용하던 경험도 있습니다. 지금은 휴대전화 하나로 전화와 문자, 인터넷을 모두 이용하지만 당시에는 연락 한 번에도 기다림과 움직임이 필요했습니다.

    삐삐에 번호가 찍히면 누가 연락했는지 생각한 뒤 가까운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습니다. 상대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바로 연락하지 못하면 다시 메시지가 오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상대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짧은 번호에도 여러 의미가 담겼습니다.

    PC통신 역시 지금의 인터넷과는 달랐습니다. 전화선을 이용해 접속하고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를 기다리며 게시판이나 대화방을 이용했습니다. 빠르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람과 정보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영화는 당시의 물건을 장식처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두꺼운 컴퓨터 모니터와 팩스, 종이 서류, 사무실 전화 같은 도구가 인물들이 정보를 찾고 전달하는 방식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지금이라면 자료를 복사해 온라인으로 전송할 수 있지만 영화 속 직원들은 서류를 직접 찾고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이런 풍경은 반가웠지만 당시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기억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연락 방식에는 추억이 있지만 회사 안의 차별까지 그리운 것은 아닙니다. 삐삐와 PC통신은 정겹게 느껴져도 여직원이 커피를 타고 학력에 따라 업무가 나뉘는 현실은 답답했습니다.

    기존 글에는 1995년의 모든 풍경이 따뜻하고 행복했던 것처럼 표현돼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단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 시대에는 반가운 기억과 불편한 현실이 함께 존재합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도 복고적인 볼거리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그 시절 회사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차별을 함께 꺼내놓습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여러 직원이 힘을 합쳐 회사가 추진하는 계획을 막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깔끔하고 통쾌하게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결말이 영화가 선택한 희망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낮게 평가받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연대로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실제 특정 기업의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는 아닙니다. 시나리오를 쓴 홍수영 작가가 1990년대 한 기업의 고졸 사원 대상 토익 강좌에서 강사로 일한 경험과 당시 발생했던 페놀 유출 사건을 바탕으로 출발했지만, 인물과 회사, 사건 전개는 영화적으로 구성됐습니다. 따라서 모든 장면을 실화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삐삐와 공중전화, PC통신을 사용하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동시에 여성과 고졸 직원을 당연하게 차별했던 회사의 모습에는 답답함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과거를 추억하는 영화이면서 그 시절의 불합리함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오래 남은 말은 “I can do it, You can do it, We can do it”이었습니다. 혼자 참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움직이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중심이었습니다. 세 배우가 각자의 능력으로 빈틈을 채웠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인 결말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1995년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하고,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시의 회사와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복고적인 분위기만 기대한다면 생각보다 묵직한 문제를 만나게 되고, 무거운 사회고발극을 예상한다면 의외로 밝고 통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