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역시 《부산행》이었습니다. 몸을 비틀며 달려드는 감염자와 좁은 공간에 갇힌 생존자들을 보는 순간, “정말 부산행의 좀비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행》을 인상 깊게 본 입장에서는 연상호 감독이 다시 좀비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그런데 본편의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 보니 《군체》는 단순히 배경만 바꾼 《부산행》이 아니었습니다. 《부산행》의 좀비가 감염 본능에 따라 달려드는 존재였다면, 《군체》의 감염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패를 학습하며 계속 진화합니다.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이 두 발로 걷고, 문을 여는 방법을 익히며, 인간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이 변화..
넷플릭스에서 《레인》을 발견한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비가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된다는 소개는 눈에 들어왔지만, 북유럽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전개가 느릴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 2년 넘게 찜 목록에만 넣어두었습니다. 그러다 혼자 집을 지키던 비 오는 주말에 별다른 기대 없이 첫 회를 틀었습니다. 한 편만 보고 다른 일을 하려던 계획과 달리 시즌 1을 하루 만에 모두 보게 됐습니다.《레인》은 빗물에 섞인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인구 대부분이 사라진 뒤를 배경으로 합니다. 과학자의 자녀인 시모네와 라스무스는 재난이 시작된 날 지하 벙커로 피신하고, 그곳에서 6년을 보냅니다. 비를 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첫 회에서 일상이 무너지는 속도와 남겨진 남매의 공포를 ..
요즘 긴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리뷰 영상 몇 분만 먼저 확인하고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영화는 딱 1분을 넘기기도 전에 몰입감이 엄청났습니다. 넷플릭스 36개국 1위를 기록한 일본 영화 〈신칸센 대폭파〉, 그 짧은 편집본에서도 '멈추면 터진다'는 압박감이 화면 밖까지 전해졌습니다. 50년 전 원작이 스피드보다 먼저였다고?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열차가 일정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폭탄이 폭발한다'는 설정을 보고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Speed, 1994)〉의 아류작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이 이야기의 원작은 1975년에 제작된 일본 영화입니다. 즉 〈스피드〉가 오히려 이 ..
한국 공포영화 「살목지」는 실종 사건이 반복되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귀신이 사람을 직접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무엇인가에 홀려 스스로 검은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영화 소개 영상을 재생한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귀를 막았습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편이지만, 저수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궁금했습니다. 결국 눈을 가렸다가 손가락 사이로 화면을 확인하는 행동을 반복하며 영상을 끝까지 보았습니다.영상을 보면서 오래전 딸과 함께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관람했던 경험도 떠올랐습니다. 당시 딸이 함께 가자고 여러 번 부탁해 마지못해 극장에 갔지만, 영화가 시작된 뒤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느라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무서운 장면이 끝났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