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역시 《부산행》이었습니다. 몸을 비틀며 달려드는 감염자와 좁은 공간에 갇힌 생존자들을 보는 순간, “정말 부산행의 좀비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행》을 인상 깊게 본 입장에서는 연상호 감독이 다시 좀비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그런데 본편의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 보니 《군체》는 단순히 배경만 바꾼 《부산행》이 아니었습니다. 《부산행》의 좀비가 감염 본능에 따라 달려드는 존재였다면, 《군체》의 감염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패를 학습하며 계속 진화합니다.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이 두 발로 걷고, 문을 여는 방법을 익히며, 인간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이 변화..
떠난 자의 뉴욕과 남겨진 자의 서울,그 사이를 흐르는 8,000번의 '인연'에 대하여 어느 날 문득, 내가 살지 않은 '또 다른 삶'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만약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만약 그때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면...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바로 그 지독한 '만약'이라는 질문을 '인연(In-Yun)'이라는 한국적 단어로 치유하는 마법 같은 작품입니다. 이민자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뒤로 하고 떠난 한 여자가, 24년 만에 첫사랑을 마주하며 겪는 감정의 파고를 아주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따라가 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12살 어린 시절, 서울의 골목길을 함께 하교하며 소박한 꿈을 나누던 나영과 해성으로부터 ..
어제 저녁에 포털 사이트 첫 화면을 열었더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빼곡했습니다. 누가 어디서 사고를 냈고, 누가 무슨 발언을 해서 논란이고, 누가 이혼했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언제부터 뉴스를 보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이 됐을까?영화 〈굿 뉴스〉(2024)를 보게 된 것도 그런 피로감 때문이었습니다. 제목에 끌렸어요. "좋은 뉴스"라니. 요즘 세상에 좋은 뉴스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싶어서요.이 영화가 다루는 건 뉴스가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다영화를 보기 전에는 "좋은 뉴스를 전하자"는 따뜻한 메시지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전혀 따뜻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왜 우리 사회에서 좋은 뉴스가 살아남..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모녀 관계의 잔혹한 폭력과 분리 불가능한 트라우마 (심리 분석 리뷰) 영화 정보 및 핵심 요약 원작: 오리지널 시나리오 감독: 이승주 출연: 양말복 (수경), 정이서 (이정) 개봉: 2022년 6월 8일 (대한민국) 장르: 심리 드라마, 독립 영화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핵심 요약: 딸 이정에게 의존과 폭력을 일삼는 엄마 수경과, 그 폭력 속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이정의 관계를 밀도 있게 그린 작품입니다. 모녀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정서적, 물리적 폭력의 연쇄와 트라우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