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불법 촬영에 동의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어떤 반응부터 보일까요.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한 사람이 잘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왜 촬영하게 두었을까”, “조금 더 조심하지 그랬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나 역시 「정순」을 보면서 그 질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정순은 누군가에게 속아 촬영당한 인물이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과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촬영에 응했습니다. 그러나 촬영을 허락한 것과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퍼뜨려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당연한 구분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의 선택을 먼저 따져보았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남았습니다.「정순」은 디지털 성범죄를 충격적인 사건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피해 영상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시네마 노트
2025. 10. 27.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