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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의 안개보다 서늘했던 침묵,
내 아이의 등굣길이 걱정되어 다시 꺼내본 영화 '도가니'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싸우는 것
아이의 등굣길, 제 눈은 집요하게 아이의 살피게 됩니다.
어제 아침,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어릴 적 울산 성남동 시장통을 지나며 보았던 평화로운 풍경들이, 이제는 '혹시나' 하는 불안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영화 속 '연두'나 '민수'가 짊어졌어야 했던 가방 안에는 책이 아니라 어른들의 추악한 비밀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계단처럼 차곡차곡 발전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가니〉는 그 계단 밑 어두운 구석에서 여전히 누군가가 떨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서늘하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세상의 눈치에 익숙해진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는 과연 내 아이가, 혹은 이름 모를 이웃의 아이가 상처받을 때 그건 잘못됐다"고 소리칠 용기가 남아 있을까요? 영화 속 인호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며 망설이던 모습은 바로 저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가르쳐 줍니다. 어떤 안개 속에서도 내 아이의 눈동자 속에 담긴 진실을 놓치지 않는 정직한 시선만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을요.
인간은 결국 혼자이지만, 누군가의 듣는 귀 가 되어줄 때 비로소 짐승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훗날 제 아이가 그때 어른들은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라고 물을 때, 적어도 비겁한 침묵의 편에 서지 않았노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영화의 엔딩, 법원 앞 물대포 세례 속에서도 젖은 눈으로 끝까지 전광판을 응시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무심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의 마지막 자존심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릿했습니다.
공유의 얼굴에서 지워진 청춘스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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